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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재즈를 만나기 전 당신이 알아야 할 몇 가지 이야기들
작성일 : 2021-05-31 조회 : 2503

1. 한국재즈의 역사는 1920년대에 시작되었다.

1926년 한국 최초의 재즈밴드인 ‘코리안재즈밴드’가 결성되어 공연을 시작했으며, 그 이후로 1930년대에 들어 몇몇 뮤지션들이 재즈풍의 곡들을 음반으로 발매하였다. 이러한 곡들을 원형의 재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서양의 음악 스타일인 스윙, 재즈, 블루스, 빅밴드 음악 등을 통칭하여 재즈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최승희, 이태리의 정원(1936)1) 이난영, 다방의 푸른 꿈(1939)2) 남인수, 째쓰의 꼿거리(1939)3) 김정구, 우러라 쌕쓰폰(1940)4)

2. 한국에서 재즈가 본격적으로 연주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 본격적으로 재즈가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서울에 있던 미8군 사령부를 비롯하여 오산, 평택 외 몇몇 도시에 자리 잡은 미군 부대에는 자국의 병사를 위로하기 위한 클럽이 있었다. 이곳에서 재즈가 주로 연주되었으며,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한국재즈 연주자들도 함께 배출되었다. 이와 함께 미국 본토의 재즈연주자들이 한국을 내한하기 시작하였는데 잭 티가든, 냇 킹 콜 등 유명 연주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특히 이때 앙코르곡으로 ‘아리랑’을 불렀던 냇 킹 콜의 연주가 음원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김상국, 쥐구멍에도 볕들날 있다(1965)5) 냇 킹 콜, 아리랑(1964)6) 엄토미 8중주단 공연 실황(1967)7) 박성연과 Jazz At the Janus. Wet Fog8)

3. 한국 최초의 재즈클럽은 1976년에 생겼으며, 현재 한국에는 40개 정도의 재즈클럽이 있다.

1976년 중국계 미국인이었던 마명덕은 서울 이태원에 재즈클럽 ‘올댓재즈’를 열어 미국 본토에서 공수한 재즈 명반의 감상과 함께 연주자들에게 전통 비밥 재즈를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1978년에는 한국의 여성 재즈싱어 박성연이 클럽 ‘야누스’를 오픈하고 야누스 재즈동우회를 결성해 매달 발표회를 열고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 두 클럽은 아직도 많은 재즈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업 중이다. 현재 한국에는 전국적으로 40여 곳의 재즈클럽이 있다. 현재 한국 재즈시장을 고려한다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 이것은 21세기 들어 재즈가 음악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특별한 계층의 문화로서 다루어지는 현상에 기인한다.

4. 한국에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재즈가 사랑받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이후이다.

잘 알려진 재즈 스탠다드가 뮤지컬과 영화에서 시작되었듯이, 한국에서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재즈음악이 소개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영화 의 Kenny G와 1994년 방영된 한국의 TV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라는 작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 부유층 자제들이 와인을 마시며 색소폰을 부는 장면 때문에 한국 내에서 재즈가 일부 계층만이 누리는 고급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생기기도 하였다.

TV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9)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하이라이트10)

5. 한국에서 가장 큰 음악 페스티벌은 재즈 페스티벌이다.

1997년 열린 ‘무주국제재즈페스티벌’과 1998년에 열린 ‘울진재즈페스티벌’이 한국 재즈페스티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계속되지는 못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에는 많은 음악축제들이 생겨났다. 그중에서도 대형 야외 재즈페스티벌이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 2004년에 시작된 자라섬재즈페스티벌과 2007년에 처음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2010년까지는 실내에서 열렸다)이 매년 수만 명의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것은 한국 재즈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했다기보다는 음악축제가 일반 대중의 중요한 주말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 2003년 기준, 미국에서 재즈시장 점유율이 3% 미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국 재즈페스티벌의 붐은 상당히 주목할만한 일이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아시아 최대의 야외 재즈페스티벌로 손꼽히며, 2021년 현재 한국에는 약 20개의 크고 작은 재즈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6. 한국 대학에서 재즈 음악은 ‘실용음악’대학에서 이루어진다.

한국 대학에서 클래식과 국악을 제외한 모든 음악은, 거의 ‘실용음악’이라는 이름으로 교육된다. 현재 한국에서 실용음악을 배울 수 있는 대학교는 100여 개 교로 이것은 클래식이나 국악보다 훨씬 많은 수이며, 매년 2,700명 정도의 학생이 실용음악대학에 입학한다. 실용음악대학의 입시가 기본적으로 재즈 연주를 포함하고 있어, 입시를 준비하는 모든 학생은 재즈를 공부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학 진학 후 재즈 전문 연주자로 남는 경우는 아주 극소수이다.

7. 해외 현지 재즈 신에서도 한국 재즈뮤지션들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재즈시장에서 많은 한국 뮤지션이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로 등극한 나윤선과 뉴욕 프리재즈 신의 중요한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첼리스트 이옥경을 비롯하여 뉴욕의 이지혜(작곡, 빅밴드)와 네덜란드의 홍선미(드럼), 독일의 이지혜(피아노), 프랑스의 허대욱(피아노) 등이 젊은 연주자로 현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활동 중인 서수진(드럼)도 2020년 세계 최대의 재즈마켓인 재즈어헤드에 초청을 받으며 해외시장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나윤선 프랑스 샤틀레 공연11) 홍선미 North Sea Jazz Festival12)

8. 현재 한국에서 재즈는 전통음악과 결합하여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요즘 들어 한국재즈는 한국 전통음악과의 콜라보를 통해 다시 한번 활기를 띠고 있다. 재즈밴드 프렐류드와 민요보컬 이희문이 함께 만드는 ‘한국남자’는 각종 해외 페스티벌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국악과 재즈연주자가 만나 즉흥을 기본으로 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블랙스트링’은 유럽 최고의 재즈레이블 중의 하나인 ACT에서 연이어 3장의 음반을 발매하는 등 한국재즈는 나름의 방법으로 세계 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이렇게 한국의 재즈와 전통이 함께 공존하는 음악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국내 관계기관의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www.arko.or.kr)를 비롯하여 (재)예술경영지원센터(www.gokams.or.kr),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www.kotpa.org),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www.kofice.or.kr) 등은 창작과 실연, 홍보물 제작과 유통, 그리고 해외 진출까지 모든 과정을 단계별로 지원하여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한국음악들이 세계무대에 알려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렐류드+놈놈+이희문, 난봉가13) 블랙스트링, 칠채14)
*그 외 재즈와 한국의 전통음악이 만나는 다양한 음악들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재즈의 역사에 관한 내용은 박성건 저 『한국재즈 음반의 재발견』과 『가요앨범사』를 참고하였습니다.

필자 계명국(자라섬재즈페스티벌 감독)
2001년 엘지아트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고, 2007년부터 현재까지 자라섬재즈페스티벌과 함께하고 있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현 ACC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첫해부터 7년간 조감독 겸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으며, 20여 년간의 국제 뮤직 비즈니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월드뮤직그룹 블랙스트링과 신노이의 프로듀서로 그리고 한국 뮤지션의 해외 진출을 위한 각종 국제교류사업의 기획자로도 열일 중이다.
 

1) 실버타운-SilverTown-銀髮村-은발촌, “이태리정원 1936 최승희”, YouTube, 2019. 6. 26. https://www.youtube.com/watch?v=idAUyr1f19E

2) sonicscape, “이난영, 다방의 푸른꿈 (1939)”, YouTube, 2012. 11. 9. https://www.youtube.com/watch?v=iN-M3H4wcnA

3) Various Artists - Topic, “째즈의 꼿거리”, YouTube, 2017. 12. 12. https://www.youtube.com/watch?v=-woK-lr-PNk

4) 김정구-주제, “우러라 쌕스폰‘, Youtube, 2019. 7. 1. https://www.youtube.com/watch?v=Zm066gOCYAc

5) 김상국-주제, “쥐구멍에도 볕들날있다”, Youtube, 2016. 12. 7. https://www.youtube.com/watch?v=UAArhYqAS-w

6) 국악음악박물관 hearkoreaTV, “미국 재즈 가수 Nat King Cole 노래 한국 민요 '아리랑' 1964년 공연 실황”, YouTube, 2018. 8. 20. https://www.youtube.com/watch?v=9DCPhieHD7U

7) anthdb45, “Eom Tommy Octet”, YouTube, 007. 11. 8. https://www.youtube.com/watch?v=iPa5MKDnOkw

8) 박성연 – 주제, Wet Fog, YouTube, 2017. 1. 1. https://www.youtube.com/watch?v=6ulGkBWvRJ8

9) 옛드 : 옛날 드라마 [드라맛집], “All My Love For You, 4회, EP04, #07”, YouTube, 2012. 12. 10. https://www.youtube.com/watch?v=JxKmdeNi8zA&t=454s

10) Jarasum Jazz, “11th Jarasum Int'l Jazz Festival 2014 - Highlight movie [full ver.] 제11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하이라이트 영상”, YouTube, 2015. 1. 6. https://www.youtube.com/watch?v=uXasGqLvy7I

11) SYNONYM86, “나윤선 샤틀레 공연 Youn Sun Nah Quartet au Théâtre du Châtelet”, Youtube, 2016. 10. 6. https://www.youtube.com/watch?v=SJIYPtsxAsI

12) Sun-Mi Hong, “Sun-Mi Hong Quintet - Time Sketch (Live at North Sea Jazz Festival)”, Youtube, 2019. 1. 20. https://www.youtube.com/watch?v=EfDMTvYTVg4

13) KBS 골든케이팝, “이희문+놈놈+프렐류드 - 난봉가 [열린 음악회 , Open Concert].20190310”, YouTube, 2020. 1. 6. https://www.youtube.com/watch?v=kxgr7pDrvi4

14) WOMEX, “Black String - Seven Beats - Live at WOMEX 16”, YouTube, 2016. 10. 21. https://www.youtube.com/watch?v=KBsvnvfUab8



출 처 - 예술경영지원센터